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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기막힌 역사와 변신의 귀재, 그 비하인드 스토리

알고 먹으면

by ALGOO_M 2025. 2.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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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는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생선이다. 생태찌개, 동태탕, 북엇국, 황태해장국, 명란젓까지… 명태는 한 마리로 수십 가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변신의 귀재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명태를 쉽게 먹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사실 명태는 한때 한국의 대표적인 생선이었지만, 현재 한국 바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는 지금 먹는 대부분의 명태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때는 넘쳐나서 이름도 여러 개였던 명태가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렸을까?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1. 명태라는 이름의 비밀

 

명태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명태는 잡히는 상태나 가공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생태(生太): 갓 잡아 신선한 명태

동태(凍太): 얼린 명태

북어(北魚): 바짝 말린 명태

황태(黃太): 눈과 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숙성된 명태

코다리: 반쯤 말린 명태

노가리: 어린 명태

 

이렇게 이름이 많은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에는 명태가 너무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많다 보니 가공법이 다양해졌고, 그에 따라 이름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명태’라는 이름 자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일설에 따르면, 명태라는 이름은 강원도에 살던 한 어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명태”라는 사람이 이 생선을 많이 잡아 팔면서 그 이름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없어서 전해지는 설화일 뿐이다.

 

한편, 함경도에서는 명태를 “북어”라고 불렀다. 함경도 원산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다 보니, “북쪽의 물고기”라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조선 시대에는 명태를 말린 북어가 공물(貢物)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궁중에서도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2. 한반도를 뒤흔든 명태 전성시대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국의 겨울철 생선 시장을 지배한 것은 단연 명태였다. 한겨울에 얼어붙은 바다에서 명태를 잡고, 이를 말려 북어나 황태로 가공하는 것이 강원도와 함경도 어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었다.

 

특히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서는 명태를 겨울철 찬바람에 말려 황태로 만들었는데,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기를 반복하며 숙성되면서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생겼다. 황태 덕장은 강원도 산골 마을마다 존재했으며, 겨울철이 되면 덕장마다 황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뤘다.

 

1960~70년대에 들어서면서 명태는 더욱 대중화되었다. 당시 명태 어획량이 많았고,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에 서민들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특히 군대에서는 ‘건북어’가 필수 식재료였다. 병사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북엇국이 자주 나왔고, 술자리에서도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3. 그런데… 명태가 사라졌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수십만 톤씩 잡히던 명태가 1990년대 들어 어획량이 급감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한국 바다에서 사실상 명태가 씨가 마르게 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남획

1970~80년대에는 명태가 너무 흔하다 보니 마구잡이로 남획했다. 어린 명태까지 잡아버리면서 번식할 기회를 잃었다.

2. 기후 변화

명태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근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3. 러시아 어장 개방

1990년대 이후 한국 어선들이 러시아 해역에서 명태를 많이 잡아들이면서 국내 어장에서의 어획량이 감소했다.

 

결국, 명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생선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지금 먹는 명태의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원산지는 대부분 베링해나 오호츠크해다.

 

4. 명태 부활 프로젝트

 

명태가 사라지자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태 인공부화 프로젝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명태를 인공적으로 부화시켜 방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 양양의 명태 복원 사업: 양양군에서는 명태를 다시 기르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 부화한 명태를 방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20년대 들어 일부 한국 연안에서 명태가 다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풍부한 어획량을 기대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5. 명태의 화려한 변신은 계속된다

 

명태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식탁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생선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황태해장국: 숙취 해소에 좋은 국민 해장국

코다리찜: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즐기는 별미

명란젓: 짭조름하고 감칠맛 나는 밥도둑

 

그리고 최근에는 ‘멘타이코(明太子)’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며, 명란젓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결론: 명태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명태는 그저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이 아니다. 한국인의 식문화와 함께한 역사적인 생선이다. 과거에는 너무 많아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너무 귀해진 생선이 되었다.

 

하지만 명태는 여전히 우리의 식탁을 지키고 있으며, 명태 복원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언젠가 다시 한국 바다에서 명태를 풍성하게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명태는 변신의 귀재이자, 우리의 추억이 담긴 생선이다. 앞으로도 명태가 우리의 식탁에서 계속 사랑받기를 바라며, 언젠가 한국 바다에서 다시 명태가 넘쳐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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