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달고나, 설탕 한 조각에 담긴 추억과 반전의 역사

알고 먹으면

by ALGOO_M 2025. 2. 14. 19:12

본문

728x90
반응형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동그란 깡통을 열어 하얀 설탕을 붓고, 작은 국자로 휘휘 저어 만든 노릇한 달고나를 기억하는가? 설탕과 베이킹소다(식소다)라는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들어지는 이 작은 간식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달고나가 한때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이었으며,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문화의 아이콘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오늘은 달고나의 역사와 그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층 깊이 들여다보자.

 

1. 달고나의 탄생: 전쟁 속에서 피어난 단맛

 

달고나의 정확한 기원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전쟁(19501953년) 이후인 195060년대에 본격적으로 퍼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전쟁이 끝난 후 한국은 극심한 가난과 식량난에 시달렸고, 값비싼 간식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설탕은 당시에도 귀한 재료였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내는 달고나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사치였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설탕을 숟가락에 올려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길거리에서 달고나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손수레 하나에 작은 가스버너와 국자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장사였기에, 생계를 위해 많은 이들이 ‘달고나 장수’가 되었다. 특히 시장이나 학교 앞에서는 아이들이 몰려들며 작은 돈으로도 큰 행복을 사는 풍경이 흔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달고나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도박’의 요소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달고나의 진화: 도전과 보상의 게임이 되다

 

처음에는 단순히 설탕을 녹여 부풀린 형태로 먹는 것이 전부였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뽑기’ 요소가 추가되었다. 다양한 모양(별, 하트, 자동차, 동물 등)이 찍힌 달고나를 주어진 바늘이나 이쑤시개로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놀이가 유행했다.

 

만약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고 완벽하게 떼어낸다면, 또 하나의 달고나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이 단순한 규칙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고, 동전 몇 개로 친구들과 내기를 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일부 달고나 장수들은 아이들이 쉽게 성공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어려운 모양(예: 우산 모양)을 제공하거나, 몰래 설탕을 덜어 얇게 만드는 등의 ‘꼼수’를 쓰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달고나를 좀 더 쉽게 떼어내기 위해 ‘비법’을 연구하기도 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된 방법이 바로 입김을 불어 달고나를 조금씩 녹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불면 오히려 부서지기 쉬워지는 ‘고난도 스킬’이 필요했다.

 

이러한 게임적 요소 덕분에 달고나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작은 서바이벌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 이 게임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3. 90년대 이후의 몰락과 부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더 다양한 간식거리가 등장했고,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자들이 넘쳐나면서 달고나는 점점 사라져갔다.

 

게다가 길거리 노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학교 앞 달고나 가게들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길거리에서 동전 하나로 달고나를 사 먹기보다는, 편리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달고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이 된 세대들에게 **‘추억의 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2021년 한 편의 드라마가 달고나를 전 세계적으로 부활시키는 계기가 된다.

 

4. <오징어 게임>과 달고나의 글로벌 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에서 달고나 뽑기 게임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이 전통 간식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특히 극 중에서 주인공이 필사의 노력 끝에 우산 모양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달고나를 강렬한 인상으로 남겼다.

 

드라마 방영 이후 해외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은 ‘달고나 챌린지’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각국의 카페에서도 달고나를 활용한 메뉴가 등장했다. 특히 달고나를 이용한 달고나 커피(커피 가루와 설탕을 섞어 만든 거품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더 나아가, 일부 한국의 달고나 장인들은 해외 방송에 초청받아 직접 달고나를 만드는 모습을 선보였고, 몇몇 노점상들은 갑자기 전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5. 미래의 달고나: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달고나는 단순한 길거리 간식에서 시작해, 하나의 게임이 되었고,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단순한 달고나뿐만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다양한 디저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달고나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라떼 등이 개발되며 ‘뉴트로(Newtro, 새로움+복고)’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달고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혹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달고나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설탕 한 조각에 담긴 이 작은 기적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