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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의 역사: 고대 왕국에서 현대까지, 고소한 유혹의 비밀

ALGOO_M 2025. 2.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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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기름의 기원, 신들의 음식이 되다

 

참기름의 역사는 참깨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참깨(Sesamum indicum)는 인도에서 최초로 재배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기원전 3000년경부터 고대 문명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문명에서는 참깨를 “신들의 음식”이라 부르며, 중요한 제의(祭儀)와 왕실 요리에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참기름을 바르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참기름이 방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집트 여성들은 피부 보호를 위해 참기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심지어 클레오파트라도 참기름을 피부 관리에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도의 고대 의학서인 아유르베다에서도 참기름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기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지금도 참기름을 이용한 오일 마사지를 건강 유지 비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참기름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신화와 의식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특별한 기름이었다.

 

2. 동아시아로 전파되다: 한반도에서 꽃피운 참기름 문화

 

참깨와 참기름이 동아시아로 전파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참깨를 재배하고 참기름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참기름을 약재로도 활용했으며, 특히 한나라 시대에는 장수의 묘약으로 여겨졌다.

 

한반도에 참기름이 전해진 시기는 삼국 시대 무렵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와 고구려에서 이미 참깨를 이용한 기름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신라는 참기름을 제사와 의식에 사용했으며, 왕족과 귀족들의 식탁에도 올랐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참기름이 더욱 대중화되었고, 궁중 요리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고려청자에 담긴 참기름은 당시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로, 원나라 사신들이 고려에 오면 기념품으로 참기름을 챙겨 갔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이르러 참기름은 단순한 귀족들의 음식에서 벗어나 일반 백성들의 식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미료로 자리 잡았다. 산가요록과 같은 조선 시대 요리서에는 참기름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참기름이 ‘한국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김치, 나물 무침, 비빔밥, 전 등 거의 모든 한식에 참기름이 들어갔다. 이쯤 되면 참기름 없이는 한국 음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전통 방식과 산업화: 참기름의 변천사

 

전통적으로 참기름은 돌절구나 압착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먼저 참깨를 깨끗이 씻어 볶은 후, 돌절구에 넣고 찧어서 기름을 짜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고소한 향이 퍼져 나왔고, 바로 짜낸 신선한 참기름은 황금빛을 띠며 진한 풍미를 자랑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참기름 제조 방식도 변화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기계식 착유 방식이 도입되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기계 착유 방식은 전통 방식에 비해 효율적이었지만, 초기에는 참기름 특유의 깊은 맛이 덜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적 공정을 결합하여 깊고 진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오늘날 시장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압착 참기름’과 대량 생산된 정제 참기름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4. 참기름과 건강: 기름인데도 몸에 좋다고?

 

기름 하면 흔히 ‘건강에 나쁜 지방’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참기름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식품으로 꼽힌다.

심혈관 건강: 참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혈관 건강을 돕는다. 특히 올레산과 리놀레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항산화 효과: 참기름에는 세사몰과 세사민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어 노화 방지와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이다.

소화 기능 개선: 한방에서도 참기름을 변비 치료에 활용할 정도로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참기름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5. 참기름의 글로벌 인기, 그리고 미래

 

예전에는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던 참기름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식 붐과 함께 참기름이 주목받고 있으며, 셰프들이 참기름을 고급 요리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비건(vegan)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소한 맛을 내는 식물성 기름으로 참기름이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참기름을 단순히 요리에 사용하는 것을 넘어, 샐러드 드레싱이나 건강 보조제로도 활용하는 등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참기름은 단순한 전통 식재료를 넘어 세계적인 웰빙 푸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참기름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해 볼 만하다.

 

맺음말: 참기름, 한 방울의 역사

 

참기름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온 맛의 집약체다.

 

고대 왕국의 신전에서부터 현대 식탁까지, 참기름은 언제나 ‘고소한 유혹’으로 인류를 사로잡아 왔다. 한 방울의 참기름 속에는 수천 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그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당신의 식탁 위에 놓인 참기름 한 병도 어쩌면 이 긴 역사의 일부일지 모른다. 오늘,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보자. 그 속에 숨겨진 고대의 비밀과 전통의 향이 퍼져나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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