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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의 역사: 빵 부스러기에서 첨단 기술까지

알구 쓰면

by ALGOO_M 2025. 2. 1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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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다가 틀린 부분을 지울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우개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궁금해 본 적 있나요? 이 작은 물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쓰는 이 물건도 사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전해왔습니다. 흑연과의 기묘한 인연, 천연고무에서 플라스틱으로의 진화, 그리고 지우개를 둘러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1. 연필보다 늦게 등장한 지우개

 

먼저 흥미로운 사실 하나! 연필이 발명된 것은 16세기였지만, 지우개는 그보다 훨씬 늦은 18세기에야 등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200년 동안 사람들은 연필로 쓴 글씨를 제대로 지우지도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것이죠.

 

그럼, 그동안 사람들은 실수를 하면 어떻게 했을까요?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빵 부스러기 를 이용했습니다.

 

빵으로 지운다고?

 

16~17세기 사람들은 신선한 빵을 잘게 부순 뒤 종이에 문질러 연필 자국을 지우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빵 속의 수분과 전분이 흑연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빵이 굳거나 곰팡이가 피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지우개로  빵을 따로 마련하는  사치스럽다 고 여겨지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던 중, 18세기에 혁신적인 물질이 등장합니다. 바로 고무(Rubber) 입니다.

 

2. 지우개의 탄생 (고무와의 운명적 만남)

 

1770년, 영국의 과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어라?  신기한 물질로 문지르니까 연필 자국이 사라지네?”

 

그가 발견한 물질은 천연고무(latex) 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무는 주로 남미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수액으로, 유럽에서는 생소한 물질이었죠.

 

같은 해, 영국의 발명가 에드워드 네어른(Edward Nairne) 은 실수로 빵 대신 고무 조각을 집어 들어 연필 자국을 지웠는데, 그것이 너무 잘 지워지는 것을 보고 세계 최초로 상업용 고무 지우개를 출시하게 됩니다. 그는 이 고무 조각을 잘라 개당 3실링(현재 가치로 약 5,000원)이라는 가격에 팔기 시작했죠.

 

하지만 초창기 고무 지우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1. 냄새가 심하다 – 천연고무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2. 쉽게 부서진다 – 시간이 지나면 고무가 건조해져 바스러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 였습니다.

 

3. 고무 지우개의 혁명: 찰스 굿이어의 발견

 

1839년,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 는 우연한 기회에 고무를 가열하면 내구성이 훨씬 좋아진다 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고무의 경화(Vulcanization) 라고 합니다.

 

경화 과정을 거친 고무는 훨씬 탄력 있고 질기며, 오래 보관해도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 덕분에 지우개는 더 이상 부서지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하게 되죠.

 

이후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연필과 지우개가 본격적으로 보편화되었고, 심지어 일부 연필에는 끝부분에 작은 지우개가 부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연필과 지우개의 ‘완벽한 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4. 현대 지우개의 등장 (고무에서 플라스틱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납니다. 기존의 고무 지우개보다 더 깔끔하고 정교한 지우개가 필요해지면서 플라스틱 지우개 가 등장한 것이죠.

 

PVC 지우개의 탄생

 

1950년대, 독일과 일본의 여러 기업들이 PVC(폴리염화비닐) 를 이용한 플라스틱 지우개를 개발합니다.

플라스틱 지우개는 기존의 고무 지우개보다

 더 부드럽고 잘 지워지며

 쉽게 부서지지 않고

 지우개 가루가 덜 날린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미술용 지우개, 잉크 지우개, 전자 지우개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적 지우개가 완성되었습니다.

 

5. 지우개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① 지우개가 연필 끝에 붙은 이유?

 

연필에 작은 지우개가 붙어 있는 것은 1858년 하이먼 리피먼(Hymen Lipman) 이라는 미국 사업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는 “연필과 지우개를 하나로 만들면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를 특허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법적 논란 끝에 특허는 무효화되었죠. 그래도 이 아이디어는 너무나 편리해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② ‘잘못된 지우개 사용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우개를 강하게 문지르면 더 잘 지워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종이에 상처를 내고 연필 자국이 더 번질 수 있죠.

 올바른 방법: 부드럽게 여러 번 문질러야 깨끗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③ 일본 지우개가 세계 최고?

 

오늘날 가장 정교한 지우개를 만드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톰보(Tombow), 펜텔(Pentel), 사쿠라(Sakura)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이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자국 없이 깨끗하게 지울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6. 마치며: 작은 물건 속에 담긴 거대한 역사

 

이제 지우개를 볼 때마다 한 번쯤 그 유래를 떠올려 보세요. 빵 부스러기에서 시작해, 천연고무를 거쳐, 플라스틱과 첨단 기술로 발전하기까지 수백 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지우개가 있기에 다시 고칠 수 있죠. 어쩌면 지우개는 단순한 문구용품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시작할  있다는 희망의 상징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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