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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안나‘ : 한 줄의 거짓이 만든 인생, 그리고 무너진 정체성의 비극

알구 시리즈

by ALGOO_M 2025. 6. 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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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안나는 심리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정한아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이주영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아 완성한 이 드라마는 수지(배수지)의 압도적인 연기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 탄탄한 배우진의 호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에서 시작된 한 여성이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며,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포스팅에서는 드라마의 줄거리, 캐릭터, 주제, 연출, 그리고 논란까지 깊이 탐구하며, 왜 이 작품이 2025년에도 여전히 주목받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보겠다.

 

 

줄거리: 거짓말이 낳은 또 다른 인생

 

드라마 안나는 가난한 양복점 주인의 딸, 이유미(수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미는 뛰어난 외모와 재능을 가졌지만, 가난한 가정환경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김정영), 병약한 아버지(최용진)로 인해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그녀는 명문대 합격을 꿈꾸지만, 고등학교 시절 교사와의 스캔들로 전학을 가고, 수능에서 실패하며 대학에 떨어진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유미는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가짜 대학생 행세를 시작한다. 이 사소한 거짓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유미는 마레 갤러리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며, 부유한 상사 이현주(정은채)를 만난다. 현주의 화려한 삶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유미는 충동적으로 현주의 학벌과 신분을 도용해 ‘이안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 안나로 거듭난 유미는 대학 강사로 활동하며 상류층의 삶을 누리고, 야심 찬 벤처기업 CEO 최지훈(김준한)과 결혼한다. 그러나 지훈의 정치적 야망으로 인해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그녀의 거짓은 서서히 균열을 보인다.

 

현주는 유미가 자신의 삶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30억 원을 요구하며 협박한다. 동시에 유미의 유일한 친구 한지원(박예영)은 그녀의 과거를 의심하며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유미는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깊은 거짓을 쌓아가지만, 지훈의 비정함과 현주의 위협, 그리고 자신의 내적 갈등 속에서 무너져간다. 결국 유미는 지훈의 스캔들을 폭로하고, 스스로 안나의 삶을 끝낸다.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며, 처절한 오열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캐릭터: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들의 향연

 

안나의 매력은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들에서 나온다. 각 인물은 유미의 거짓 인생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키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인다.

  1. 이유미/이안나(수지): 드라마의 중심이자 가장 복잡한 인물. 유미는 가난과 결핍 속에서도 야망과 재능을 가진 인물이지만,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며 거짓으로 자신을 재구성한다. 수지는 유미의 연약함과 안나의 도발적인 자신감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특히 그녀의 포커페이스와 오열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2. 이현주(정은채): 유미의 전 직장 상사이자 마레 갤러리의 작은 이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타인에 대한 배려나 악의 없이 자신의 삶을 즐기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현주의 무심한 듯한 우아함과 유미와의 신경전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 숨은 질투와 불안을 드러낸다.
  3. 최지훈(김준한): 유미의 남편이자 야망으로 가득 찬 벤처기업 CEO. 그는 안나와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그녀를 몰아붙인다. 김준한은 지훈의 냉혹함과 계산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4. 한지원(박예영): 유미의 유일한 친구이자 기자. 다정하고 이타적인 성격으로 유미를 지지하지만, 그녀의 거짓을 의심하며 진실을 추적한다. 박예영은 지원의 따뜻함과 정의감을 통해 드라마에 인간적인 온기를 더한다.
  5. 조연들: 윤소영(윤지민), 김선우(우지현), 이 작가(오만석), 큰 이사(백지원) 등 조연들도 각자의 역할로 드라마의 현실감을 더한다. 특히 백지원의 큰 이사 역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2022년 에이판 스타 어워즈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주제: 거짓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의 모순

 

안나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1. 리플리 증후군과 거짓의 덫: 유미는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거짓을 반복하는 성격 장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거짓은 처음에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점차 그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드라마는 거짓이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 계층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 유미의 거짓은 가난과 부유한 현주의 삶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계층 간 갈등을 조명하며, 유미의 선택에 공감과 비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3. 여성의 욕망과 사회적 압박: 유미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지만, 사회는 그녀에게 완벽한 여성상을 강요한다. 그녀의 거짓 인생은 이러한 압박에 대한 반항이자, 동시에 그로 인한 비극을 보여준다.
  4. 정치와 권력의 추악함: 지훈의 정치적 야망과 스캔들은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부패를 상징한다. 드라마는 개인의 거짓이 어떻게 더 큰 사회적 부정과 연결되는지 드러낸다.

이러한 주제는 유미의 내적 갈등과 외부의 위협이 얽히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연출과 시각적 매력: 이주영 감독의 섬세한 손길

 

이주영 감독은 영화 싱글라이더로 주목받은 후, 안나에서 한층 성숙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그의 연출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돋보인다.

  1. 상징적 이미지: 유미가 현주와 마주치지 않으려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그녀의 끝없는 욕망과 압박감을 상징한다. 이 장면은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유미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2. 세련된 미장센: 마레 갤러리의 화려한 공간, 유미의 가짜 삶을 상징하는 고급 의상과 차량, 그리고 그녀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는 어두운 색조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든다.
  3. 음악과 편집: 음악감독이 유미의 감정에 맞춰 설계한 OST는 드라마의 몰입감을 높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유미의 오열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다만, 소품의 시대적 오류(예: 2007년 배경에 2013년 출시된 루이 비통 카퓌신 백, 2015년 배경에 2016년 출시된 벤츠 E220d)가 일부 비판받았다. 또한, 6부작의 빠른 전개로 인해 일부 캐릭터의 감정선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이주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논란: 6부작 vs 8부작, 편집 갈등

 

안나는 작품성만큼이나 편집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주영 감독은 원래 8부작으로 기획하고 촬영했으나, 쿠팡플레이가 이를 6부작으로 축소 편집해 공개했다. 감독은 “음악, 화질, 스토리가 훼손되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2022년 8월 11일 영화감독협회가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8월 12일, 쿠팡플레이는 8부작 감독판을 공개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이 논란은 OTT 플랫폼과 창작자 간의 편집권 갈등을 드러내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수지의 연기와 드라마의 성공

 

수지의 연기는 안나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그녀는 유미의 연약함과 안나의 대담함을 자유롭게 오가며,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는 2023년 제2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와 제18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입증되었다. 드라마는 쿠팡플레이 가입자 수 증가를 이끌었고, 96.6%의 로튼 토마토 지수를 기록하며 호평받았다.

 

 

왜 지금 안나를 봐야 하나?

 

2025년, SNS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안나는 여전히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유미의 거짓은 현대인의 욕망과 정체성의 위기를 반영하며, 계층 갈등과 사회적 압박은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맞닿아 있다. 수지의 명연기, 정은채와 김준한의 강렬한 대립, 그리고 이주영 감독의 세련된 연출은 드라마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요소다.

 

쿠팡플레이 또는 프라임 비디오에서 안나를 정주행해보자. 유미의 거짓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 줄의 거짓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그리고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안나는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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