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매기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별미다. 쫀득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 그리고 특유의 짭짤한 풍미 덕분에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과매기가 단순한 겨울철 먹거리로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전쟁과 생존의 필요 속에서 탄생한 이 음식은 시대에 따라 형태와 방식이 변해왔고, 지금처럼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과매기의 기원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며, 왜 이 음식이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과매기의 기원: 생존을 위한 선택
과매기의 역사는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과매기가 중요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637) 이후였다.
당시 조선은 전란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폐해졌고, 식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기근과 전염병으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생선을 말리는 기술이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청어를 말려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청어는 한반도에서 비교적 흔하게 잡히는 생선이었지만, 살이 물러 보관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얼리고 말리는 방식으로 보존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고, 특유의 감칠맛이 더욱 깊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청어 과매기는 경북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조선 후기에는 중요한 생선 보존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 ‘청어 과매기’에서 ‘꽁치 과매기’로
과거 과매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먹는 과매기는 꽁치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① 청어의 감소와 꽁치의 등장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한반도 근해에서는 청어가 풍부하게 잡혔다. 특히 동해안 지역에서는 청어를 이용한 다양한 저장식품이 발달했으며, 과매기도 청어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는 남획, 해양 환경 변화, 수온 상승 등의 요인 때문이었다. 청어가 귀해지면서 과매기를 만드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생선을 찾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꽁치였다. 꽁치는 청어보다 기름기가 많아 감칠맛이 뛰어나고, 얼리고 말릴수록 쫀득한 식감이 더욱 강조됐다. 또한 꽁치는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청어 과매기를 대체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청어 과매기’는 ‘꽁치 과매기’로 변화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우리가 흔히 먹는 과매기는 꽁치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며, 청어 과매기는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3. ‘과메기’가 아닌 ‘과매기’? – 이름의 유래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과메기’라는 이름도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래 과매기는 ‘과(貫)’와 ‘매기(目)’가 합쳐진 말로, ‘꿰어서 말린 생선’을 의미한다.
과거 과매기는 생선을 통째로 꿰어 말렸는데, 이때 ‘관(貫, 꿸 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 ‘매기(目)’라는 단어가 붙어 ‘과매기(貫目)’가 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과메기’로 변형된 것이다.
하지만 원래 발음은 ‘과매기’가 맞다.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과매기가 유명해지면서 점차 전국으로 퍼졌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과매기’를 ‘과메기’로 잘못 발음하면서 지금처럼 굳어진 것이다.
4. 과매기의 대중화 –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기까지
과거에는 과매기가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만 먹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1970~8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며 대표적인 겨울철 별미가 되었다.
① 도시로 퍼져나간 과매기
1970년대 이후 한국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도시 인구가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지역 특산물에 대한 향수가 커졌고, 특히 포항 출신 사람들이 과매기를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로 가져오면서 점차 대중화되었다.
② 겨울철 건강식으로 자리 잡다
과매기가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과매기는 비타민 D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뼈 건강과 혈액 순환에 좋으며,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겨울철 술안주로 인기를 끌었다.
③ 현대식 유통과 포장 기술의 발전
과거에는 과매기를 구매하려면 직접 시장에 가야 했지만, 최근에는 진공포장 기술과 냉동 유통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과매기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5. 과매기의 미래: 새로운 변신을 꿈꾸다
과매기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매기 회, 과매기 김밥, 과매기 샐러드 등 현대적인 음식과 접목된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지에서도 한국식 건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매기가 한류 음식의 한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맺음말
과매기는 단순한 겨울철 별미가 아니다. 전쟁과 생존의 필요 속에서 탄생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료와 형태를 바꿔가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 깊은 음식이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하게 과매기를 즐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생존과 적응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제 과매기를 먹을 때 단순한 맛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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